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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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일상다반사 2011. 8. 15. 19:58
1. 광복절 하고는 아무 관련도 없지만, 한달이 넘게 들어와 보지 못했던 블로그에 광복절 맞아 몇 줄 남긴다. 서울로 가기 전은 가기 전이라 가서는 매일이 휙휙 지나가서 돌아와서는 서울 속도맞춰 놀다온 값을 치르느라 꽤 아파서, '1주일에 한번'이란 약속이 무색하게 블로그를 열어보지 못했다. 다른 도시에서 열린 학회까지 기신기신 다녀왔지만, 아직도 발을 딛으면 쿠션 위를 밟는 것 같은 몽롱한 기분. 머리 속도 텅 비어, 서울에서 보낸 날들이 전생의 일 같이 아련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또렷해질 그림이겠지. 내가 단조로운 미국 생활의 리듬에 꽤 길들여졌는가보다. 나쁘지 않다, 이 단조로운 생활 속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 적잖이 안도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2. 경상도 하회 마을을 방문하러 강둑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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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그들일상다반사 2011. 7. 3. 06:17
그러니까 물경 한 달 전이다. 페북에 날아든 쪽지를 열었다가 놀라서 컴퓨터 모니터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령, 살아 있었구나. 이제 기저귀는 뗐겠지?" 아~ 이... 이...인간 ㅠㅠ 공대 다니던 이 녀석과 어쩌다 친구가 됐는지 어이없게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아주 짜잘한 일이었지만, 당시의 집시법,출판법 같은 데 어긋나는 일을 도모했던 것 같기는 하다.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건, 우리가 뭘 했는가가 아니라 이 녀석이 나를 부르던 모습이다. 그 사람 많은 학생회관에서 키는 멀대같이 큰 인간이, 손까지 흔들어가며 나를 이렇게 부르곤 했다. "어이, 오줌싸개!"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날 그렇게 애 취급 하는지, 창피해서 환장을 할 지경이었다. 욕을 퍼부어주려고 담벼락에 들어갔더니, 어라... 이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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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탱자일상다반사 2011. 6. 5. 11:36
1. 안 쓸려다가 쓰려니까 아이고 이것도 힘들다. 게을러 터지도록 아무 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여기로 치면 현충일 연휴 낀 긴 주말이었던 지난 주 버지니아 노포크에서 교수하고 계시는 진순언니댁으로 아이들까지 다 달고 가서 3박4일을 먹다가 놀다가, 또 먹다가 놀다가 자다가 왔다. 결론은? 몸무게가 2kg 가까이 늘었다. 진순언니를 무조건 큰 성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진순언니는 미국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학교 다닐 때 총여학생회장하던 모습을 딱 한번 봤을 뿐, 전설에서만 만나던 이름이었다. 80년대 학생운동사의 한 획을 긋는 미모의 쌈짱이었는데, 지금도 뭐 싸움은 여전히 잘 하실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일진회도 아닌데, 진순언니 싸움 잘 한다고 성님으로 모시기로 한 것은 아니다. 첫째, 언니가 밥을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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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next?일상다반사 2011. 5. 23. 11:03
1. 목요일 proposal defense를 마쳤다. 통과 못하면 그게 이변일만큼 요식행위이니 별 느낌은 없다. 이제 dessertation defense이전의 절차적인 것들은 다 끝난 것 같다. 그 사실이 더 묵지근하다. 2. 내 책 기획안은 없었던 것으로 해도 되겠다. 조성만 열사 23주기를 기념해 그의 유서 한 대목을 제목으로 삼은 책 '사랑 때문이다'가 출간된다고 한다. 나는 그의 이름조차 잘못 알고 있었으니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을밖에... 내 기억이 틀렸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지만, 누군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하면 어쩌냐고 생각없는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려면 나는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3. 내가 지금 서 있는 지점이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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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할 말 없음일상다반사 2011. 4. 17. 13:01
1. 딱히 할 말이 없는데도, 일주일에 한번 쓰기로 했으니 쓴다. 사실 침묵이 더 많은 말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1년 6개월 여의 침묵을 깨기로 한 것이 어렵게 도달한 나와의 약속이었기에 이럴 시간이 없음에도 컴퓨터 앞에 앉았다. 2. 딱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매일이 그 날 같아서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많이 기쁜 일은 없었지만 많이 슬픈 일도 없었고, 많이 화나거나 많이 초조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지난 한 주일은 잘 보낸 것이지. 그런 한 주를 살아본 것이 얼마만인가. 언제나 그렇게 살 수 있었는데, 내 마음이 내 평온을 흔들어놓았던 것일까. 3. 한꺼풀만 더 들어가면, 아물지 않은 여린 살이 있다. 그걸 덮거나 아닌 척 가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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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꽃잎이 흩날릴 때일상다반사 2011. 4. 9. 11:35
1. 티스토리 이것들이 미쳤나. 금요일이지만, 비가 오고, 할 일도 안 하고 딴짓만 하던 참이라, 어차피 내일은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 같아 블로그에 들어왔더니, 처음엔 내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죄송하다는 공지가 떠서 깜짝 놀랐다가 글쓰기로 들어오니 아직 존재는 하는데, 글 쓰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서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한참 머뭇머뭇 했다. 공짜로 쓰는 것이라 쓰긴 한다만, 심사 아주 뒤틀린다. 얼마 전 후배는 아이디 해킹을 당해 거의 노이로제 상태라고 하던데... 걔가 무슨 아이돌 그룹 가수도 아닌 직장인인데 말이다. 사실 공짜는 무슨 공짜. 사람들 개인정보 다 팔아먹고, 사람들 올리는 글로 돈 긁어모으는 것들이... 니들 똑똑한 거 한번 자랑해 보라며 홀려서는 무슨 지식인이래나 뭐라나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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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방학일상다반사 2011. 3. 27. 13:00
1. 있었는지 없었는지 무감각했던 한주일의 봄방학이 끝나간다.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지금까지 모든 방학에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뭐해야한다 계획 세워놓고는 그 3분의 1도 안 했다.(못했다고 해야하나...) 그럴 걸 부담스럽게 왜 계획은 생각해서 스스로를 볶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는 그냥 사는대로 살도록 해야겠다. (노력해야겠다...고 쓸 뻔 하다가... 뭘 또 노력해 하는 생각에 화급히 단어를 바꿨다) 2. DC에서 열리는 토론대회에 가는 아이와 아이 친구를 데려다주느라 아침 포토맥 강을 따라 달렸다. 몰랐는데, 그 유명한 벚꽃축제가 벌써 시작됐다. 워싱턴 이발소용 사진에 맨날 나오는 제퍼슨 메모리얼 인근의 벚꽃도 아직 만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담스레 피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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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는 한 주일상다반사 2011. 3. 20. 12:59
1. 목요일까지 통계시험 보느라 오랜만에 뇌를 공부용도로 좀 썼다. 그러고 오늘은 SPSS 데이터 6시간 동안 입력한 걸, 마지막 순간에 다 날렸다아~ (너무 기가 차니까 화도 안 난다.) 원래 토요일은 공부와 관련된 어떤 일도 하지 않기로 한 날인데...밤 9시반까지 학교에서 꼼짝 못하고 앉아있었다. (사실 다른 날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정해놓고 안 하면 뭔가 의미심장하다.) 4월1일 AEJ 논문 마감 때까지는 주말이 없을 것 같다. 그런다고 paper가 다 통과될 지도 알 수 없지만... 에잇, 4월말 애들 봄방학 때 코가 비뚤어지게 놀아야지. 2. 별로 한 것 없는 한 주에 그래도 특별한 일이라면, 기식이가 주동을 떠서 하는 '시민정치행동'이라나 뭐라나 하는 단체의 발기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