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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덤덤하고 깊은 위로의 힘拈華示衆 2018. 11. 18. 01:27
1. 어떨 때는 "힘내"라는 말이 얼마나 사람을 무참하게 하는지, 내려던 힘조차 낼 수 없게 만드는지, "제발 '힘내'라고 말하지 말아줘"라는 말로 맞받아칠 수조차 없을만큼 무력해진 사람은 아, 나는 지금 힘을 내야할 처지인 거구나, 하고 더 막막한 마음이 된다는 걸, 김금희는 안다. 안간힘을 쓰면서 자신을 버티려는 사람들에게는 "힘내"라는 말이 아니라, 무심하게, 당신이 지금 잘 버티고 있는 거라고, "더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하는 거라고, 찬찬히 들여다보아주는 일이 도와주는 거라고. 사업하던 자식때문에 집을 다 날리고는 화를 삭이지 못해 흙투성이가 되도록 동네를 쉴새없이 걸어다니는 할머니가 "내가 바빠서 그래, 바빠서"라고 하면, 할머니 힘드시겠어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바쁘긴 바쁘시죠.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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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쓰기카테고리 없음 2018. 9. 23. 00:22
쓰기 위하여 읽는 사람이 있고, 읽기 위하여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무엇을 읽든 그것이 자신의 쓰는 행위의 땔감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누군가의 넋두리를 들어주는 것처럼, 읽기를 듣기처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나는 읽기 위하여 읽는 사람이다.그렇게 마음 먹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인 것이다.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자신이 물 가운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나는 내가 읽는 문장들을 유영한다.말들은 나를 투과해 간다.빛처럼... 내가 읽는 말들에 전율하고, 아프고, 설레고, 엄숙해지지만, 나는 그 말들의 임자가 아니므로, 그 말들을 함부로 따와서 내 땔감으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아니 생각 이전에 그렇게 되질 않는다. 그러나 빛도 무게를 남기는 것인지, 명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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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쓰다幕間 2018. 2. 17. 22:23
1. 김소연 시인의 「마음 사전」이 나온 것이 꼭 10년 전인 2008년 1월인데, 정색하고 그녀의 책을 읽은 것이 10년 만이다.그녀가 한 글자 한 글자를 쪼아 이 생의 마음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조각해가던 시간,나는 마음이 문드러져 「마음 사전」같은 제목을 단 책이 내 마음의 찢어진 자리들을 핥아주리라는 생각같은 건 하지도 않은 채 던져두었다. 아니 어쩌면 그때도 한 두 장을 읽어보았으나,너무 문드러져서 감각을 잃었던 내 마음이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땐,마음같은 건,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아주 키가 크다는 것, 키는 아주 큰 데 아주 조금밖에는 잘 먹지 않는다는 것, 시를 쓰느라 너무 바빠서 밥을 지어먹거나 할 시간조차 아까워 한다는 것, 그렇게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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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발견한 시幕間 2018. 2. 9. 01:30
1. 당신은 모든 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사람당신은 죽어가고 있어하지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야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야 연명한다기보다 잔존하고 있다고 해야지그 둘은 분명히 다르니까목숨과 존재의 차이를 잊지 마 8월의 어둠, 당신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어당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해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고 그때 어떤 이야기를 했고그때 창밖에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었는지봄이었던가?상관없어창밖의 나무에 꽃이 아니라 불이 붙었다고그 불이 세계의 지붕 위로 순식간에 번져갔다고 기억하자우리는 둘 다 시인이니까우리는 이미지의 왕과 여왕이니까 저기 좀 봐. 시커멓게 그을린 건물의 벽을 봐불길이 잡히자 뻥 뚫린 천장으로 달빛이 쏟아졌어충격적이었지만 아름다운 풍경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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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한 밑줄긋기拈華示衆 2018. 2. 3. 21:35
1.나는 좋은 사람이다. 평생을 그렇게 하려고 애써 왔다. 좋은 자식. 좋은 형제. 좋은 아내. 좋은 부모. 좋은 이웃. 그리고 오래전엔 좋은 선생님. 정말 힘들었겠구나. 나는 공감하는 사람.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나는 응원하는 사람. 다 이해한다. 이해하고말고. 나는 헤아리는 사람. 아니. 어쩌면 겁을 먹은 사람. 아무 말도 들으려하지 않는 사람.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 사람. 깊이 빠지려 하지 않는 사람. 나는 입은 옷을, 내 몸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사람.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 듣기 좋은 말과 보기 좋은 표정을 하고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뒷걸음 치는 사람. 여전히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걸까. (김혜진 장편소설 '딸에 대하여' 중) 2. 날이 어두워졌다.도와줘요, 누구없어요? 도와줘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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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 1987년에게拈華示衆 2017. 12. 31. 09:13
1. 주사바늘이 이미 숨이 멎은 박종철의 가슴을 찔러대는 장면에서 기어이 눈물이 터졌다.그 주사바늘이 내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것 같은 환각통에가슴팍을 세게 쥐었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고문이 아니었더라도 그냥 기가 질려 무엇이든 요구하는 대로다 불었을 것 같은 그 공포의 밀실에서,벌거벗겨 경찰들에게 사지를 붙잡혀 물 속에 처박혀서도끝내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그를 생각했다.그가 지키려했던 무엇을 생각했다. 그 때, 내게도 지키려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내가 티끌같은 존재라해도,아무 것도 아닌 내가 맞서서 되찾고자 했던 것들,지키고자 했던 것들. 2.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다.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선배가 되고, 선생이 되고,기득권이 되고, 꼰대가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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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幕間 2017. 10. 29. 07:07
1.'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대학 1학년, 내가 들어간 동아리의 목표는 그런 것이었다. 나는 가능한 고뇌를 안 하고 싶은 대학 새내기였는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아리 소개를 하는 모임에서 내 옆에 앉았던 남학생이 무척이나 노래를 잘 불렀고, 저 동아리로 가자고 했다. 그 남학생에게 무슨 마음 설레임 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운동가요를 부르고 싶다는 열망같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다만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내 마음을 무척이나 움직였다. '고뇌하는 마음'의 간절함이었을까? 2. 1985년 아크로에서 노래를 부른 지 32년만에 그 '메아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11월에 있을 창단 40주년 기념 공연에서 합창곡 두 곡을 부르기로 한 것이다.합창단은 세 번의 연습만을 하기로 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