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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밑져야 본전
    일상다반사 2012. 1. 9. 14:47

    1. 
    새해에 무슨 실험을 하건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자세로 임하고자 한다. 
    애썼지만 잘못된 일이라고해서,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했어라든가,
    이게 아니었어, 그때 잘했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지 말 것.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주 익숙한 반성과 후회가 밀려오려하면, 
    '할 수 있었으면 했지 안 했겠냐? 못해서 못한거야'하고 후회를 쿡 쑤셔박아버리기로 한다.
    운이 좀 더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운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지난 삶에 비추어보건대 쌓아놓은 덕은 없으나 운은 좋아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운이 따랐지만 그만큼이었다고 생각하고...   
    애를 태우거나 애를 태우지 않거나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는 거다.
    결과적으로 잘되든 못되든,
    할 수 있을 때 무언가 시도할 수만 있었으면
    그걸로 내게 기회는 충분히 주어졌고 최선을 다 했던 것이라고 굳게 믿기.

    2.
    '나를 믿고 존중한다'는 책에서도 많이 보고, 성현의 말씀으로도 많이 들은,
    그 간단한 말을 실천해보고자 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아직까지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 하겠다.
    '나를 믿고 아껴주고 존중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출발점,'
    뭐 이런 얘기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다른 많은 교훈과 명언에서도 확인되듯이 듣기는 좋은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구체적이질 않다는 거다.

    예컨대 나를 믿고...라면
    내가 속으로 얼마나 싸가지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지는 알지만,
    그 생각을 실행할만큼 간이 크지는 않다는 사실을 믿는다는 것?
    이래도 되나 어쩌나, 한발 슬쩍 내딛어보았다가 다시 들여놓고 우왕좌왕하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사람 안 할 짓은 안 한다고 믿어보는 것?

    존중은 또 뭐냐?
    잘 먹이자? 이건 뭐 늘 해오는 거니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자책을 줄이자? 그랬다가 이성으로 꾹꾹 눌러왔던 잘난 척,자기합리화가
    만발하면 어쩌나.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 하는 게,
    작년과 올해 내가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줄기차게 들어온 처방이
    자신을 믿고 존중하고 심지어 사랑까지 하라는 거다.

    그렇게 실행하면, 차도가 천천히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런 자세를 가지면, 다른 각종 질환들도 더불어 낫게되는 건지,
    알려주는 지침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별 밑천도 없어 보이는데,
    그냥 이것저것 하지 말고 올해는
    '나를 믿고 존중한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착실히 연구해보고,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찾아서 실천해보기로 한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이렇게하면 뭐가 달라지는지 함 해 보는 거지.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3.
    올해는 여러모로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일들이 다 잘 되면야 더 바랄 것이 없지만,
    그 일들이 다 잘 되는 것보다는,
    그 일들을 대하는 내 자세가 어떠했는가로 잘 지냈는지 못 지냈는지를 가리고 싶다.
    성과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일도 많이 겪어봤고,
    일의 경중을 스스로 잘 구별하지 못해, 지나고 나서야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 것도 많았다.
    결과로 내 자신을 평가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살아가는 동안의 내가 어떠했는지,
    그것으로 내가 달라지고 있는가를 재어보고 싶다.

    4.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내가 예상하거나 계획했던 대로 가지 않는다. 
    당연하지.
    그러나 아무리 바람 앞에 풀씨처럼 쉽게 날아갈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생명으로서 태어난 이유는
    세상을 운행해온 어떤 선의를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내가 뭘 하든 낙관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연말연초 살이 너무 많이 쪘다. 가히 폭발적 체중증가.
    **킬로그램을 넘으면 숨쉬기도 어려워지는데, 
    미련 곰단지처럼 자꾸 먹는 이 배고픔의 정체는 뭐냐?
    사회적 불만? 아니면 개인적 불안?

    어쨌든 속옷 입은 위에 내복 한 두벌을 더 껴입은 것같은,
    이 찌부둥한 상태는 좀 벗어나보자.
    이렇게 다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과정을 보건대, 논문 마칠 때쯤이면 
    거의 터져나갈 지경이 될 지도 모른다.
    헛된 사치심이라고 비웃음을 당해도 좋다.
    나, 그렇게 스모 선수같은 실루엣으로는 못 산다.
    나의 이 파르르한 자존심.

    6.
    일자리 구해야 한다.
    구하겠지.
    논문 마쳐야 한다.
    어쨌든 마치지 않을까.

    걱정해봐야 걱정이 내 취직자리 알아봐주고 논문 써주는 건 아니다. 

    내 나이 마흔 여섯. 
    아이들 아프지 않으면 그것으로 축복받았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머지는 어쨌든 해 볼 수는 있는 거다.
    망하든  흥하든, 
    밑져야 본전.

    7.
    그렇게 긍정적인 자세로
    오늘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내일 하자고 미루며 가벼운 마음으로 자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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